새벽의 방문자들

💬 오피스텔 성매매하러 온 남자들 얼굴을 찍는 여자, 공장에서 상사에게 항의하고 자발적으로 잘리는 여자, 스쿨미투로 포스트잇을 붙이는 유미, 성추행 당하고 해고되었는데 데통 들고 나른 전남친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옆집 남자를 추행하는 여자, 인디 가수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당했던 여자, 운동권 선배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던 여자

다썼나?

페미니즘 테마소설은 너무 적절한 말이었고.. 하나하나 화가 나면서도 이런 얘기가 있어야 해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얘기들이었다.


🔖 베이비 그루피

작가의 말

로리 매틱스에 따르면 그녀가 데이비드 보위와 첫 관계를 맺은 것은 열네 살 때였고, ... 페이지와 함께할 때도 법적 미성년자였다. 이제 쉰 아홉살이 된 그녀는 자신을 그루피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미투 이후로 그녀는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을까? "그 후로 아마도 좀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몇몇 아티클을 읽고 생각했죠. '썅. 어쩌면.'"

이 이야기를 쓰는 동안 자주 친구들과 상의했다. 나는 초와 '나'를 재단했고, 멈춰 서게 하고 싶었고, 때마다 쓰기를 중단해야 했다. 문서를 저장해 친구에게 보내고 옥상에 올라가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곧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 H는 집단 그루밍이 소녀들을 어떻게 불가해한 상태로 몰고 가는지 설명했다. 또 다른 H는 자기의 첫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 시간 동안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당시의 '나'가 그걸 사랑이라고 믿을 이유는 백 가지도 된다고 생각해.) 친구 S는 급작스러운 우울을 호소하며 술을 마시러 나오라고 졸랐다. 전화기를 붙들고 옥상을 맴도는 동안 나는 초와 '나'가 언제든 다시 만나 후일담을 나누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내가 친구들의 목소리로 이제 막 한 시절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처럼, 그들에게도.


🔖 예의 바른 악당

언젠가 그를 만난다면 보라는 묻고 싶었다. 지나와 무슨 관계였느냐고, 너희들이 진짜 나를 기만한 게 맞느냐고. 그러나 지나를 떠나는 지금 보라는 다른 것이 궁금하다. 기억 속에서 언제나와 같이 청년위원회 사무실에서 난동을 피우는 그를 붙잡아 세우고 보라는 가만히 묻는다.

선배는 왜, 사람들을 화나게 해요?


🔖 유미의 기분

근데 거기 뭐라고 적혀 있었는 줄 알아? 자기 놀리고 괴롭힌 새끼들한테는 사과 같은 거 받고 싶지 않은데, 나한테는 사과를 받고 싶대. 나는 자길 놀리지도 않고 괴롭히지도 않고 오히려 잘 대해줬는데 그래서 사괄 받고 싶다는 거야. 걔들이 자길 놀리고 비웃을 때 나도 같이 웃었다고. 나는 사과를 할 자격이 있다는 거야. 다른 새끼들은 사과할 자격도 없는데 나는 있대.

...

철민과 유미라는 이름을 두 사람 누구도 입에 담지 않았으나 두 사람 누구도 철민과 유미라는 이름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했다. 형석은 사과할 자격을 잃어버리지 않는 인간이야말로 자신을 만만히 여기지 않는 이라고 생각했고, 승우는 사과하지 못했다는 것을 평생 기억하는 인간이야말로 누군가를 만만하게 여기지 않는 이라고 생각했다.